샌드위치를 통한 글로벌 식탁의 창의력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딸기와 크림 샌드위치, 일본 ‘후루츠 산도’의 영국 상륙
딸기와 크림은 오랫동안 영국인들에게 사랑받아 온 전통적인 디저트 조합이다. 이 조합은 특히 1800년대부터 여름철 정원파티나 테니스 경기 관람 등 사교 문화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적인 메뉴로 자리 잡아왔다. 부드러운 휘핑크림과 새콤달콤한 딸기의 조화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만족감을 주는 맛으로,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이 친숙한 조합이 빵 사이에 들어간 ‘샌드위치’ 형태로 변모한다면 어떨까? 최근 영국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 (마크스 앤드 스펜서)는 바로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겨 많은 관심을 끌었다. ‘딸기와 크림 샌드위치’는 일본의 디저트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휘핑크림치즈와 신선한 딸기, 그리고 설탕이 가미된 부드러운 흰 식빵이 어우러진 구성이다.
이 샌드위치는 출시 이틀 만에 슈퍼마켓 내 샌드위치 부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 되며 예상치 못한 인기를 증명했다. 기존의 고기, 치즈, 채소 중심의 영국식 샌드위치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조합이지만, 그 시도 자체가 신선하고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이 제품이 영감을 받은 일본의 ‘후루츠 산도’는 일본 편의점과 과일 전문 디저트 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기 간식이다. 후루츠 산도는 일반적으로 무미의 부드러운 흰 빵에 휘핑크림을 두껍게 바르고, 그 사이에 딸기, 키위 등의 신선한 과일을 배열해 만든다. 완성된 샌드위치는 대개 삼각형 모양으로 자르며, 단면에 보이는 과일의 선명한 색감과 균형 잡힌 배열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맛은 물론이고 비주얼까지 고려한 후루츠 산도는 일본의 섬세한 음식 문화가 잘 반영된 사례다. 휘핑크림의 부드러움, 과일의 상큼함, 빵의 스펀지 같은 식감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텍스처와 풍미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또한, 먹는 순간뿐 아니라 자르기 전의 외형, 단면에 드러나는 색채의 조화 등, 전반적인 구성에서 ‘예술적인 미감’이 느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이처럼 단맛 중심의 샌드위치가 아직까지는 대중적이지 않지만, 후루츠 산도를 재해석한 한시적 샌드위치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에게 “샌드위치는 꼭 짭짤해야 한다”는 인식을 넘어서 새로운 맛의 영역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신제품 출시에 그치지 않고, 전통적인 영국 음식 문화와 일본 디저트 문화의 창의적인 융합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결국 딸기와 크림 샌드위치는 영국과 일본, 두 나라의 식문화가 만난 흥미로운 결과물이다.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그 경계를 유연하게 확장한 이 샌드위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는 소비자의 욕구와 글로벌 식문화의 교류 속에서 탄생한 현대적 퓨전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샌드위치의 정의와 과일 샌드위치에 대한 논의
샌드위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이고 유연한 식사의 형태 중 하나로, 그 정의와 구성에 대한 논의는 매우 흥미롭다. 전통적으로 샌드위치는 두 조각의 빵 사이에 다양한 속재료를 넣어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과연 샌드위치의 속은 반드시 고기나 채소, 치즈처럼 짭짤해야만 하는 것일까? 최근 딸기와 크림이 들어간 일본식 과일 샌드위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샌드위치의 정의와 경계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확장된 정의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샌드위치 문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후루츠 산도’는 휘핑크림과 신선한 과일을 흰 식빵 사이에 넣어 만드는 대표적인 과일 샌드위치다. 처음엔 디저트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형태와 먹는 방식은 전형적인 샌드위치의 기준을 충족한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는 버터를 바른 단일 빵 위에 다양한 속재료를 올리는 ‘오픈 샌드위치’가 일상적으로 소비된다. 여기에 훈제 생선, 치즈, 딸기잼, 허브 등 조합의 제한도 없다. 이러한 예들은 빵의 종류나 속재료, 조리 방식에 있어서 샌드위치가 얼마나 유연한 음식인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빵의 종류가 꼭 전통적인 밀가루 식빵일 필요는 없으며, 속재료도 짭짤한 고기나 치즈에 한정될 이유가 없다.
단맛을 내는 크림이나 과일도 충분히 샌드위치의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일 샌드위치의 등장은 기존 고정관념을 깨는 중요한 사례다. 샌드위치가 ‘무엇으로 구성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경직된 관점을 벗어나, ‘어떻게 먹는가’와 ‘얼마나 간편한가’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결국, 샌드위치는 고정된 형태의 음식이라기보다, 문화와 시대, 지역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될 수 있는 ‘개방형 개념’에 가깝다. 과일과 크림이 들어간 샌드위치가 낯설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샌드위치라는 정의의 틀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음식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로서, 우리가 가진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이색 샌드위치 소개
샌드위치는 단순한 빵 사이에 속재료를 넣은 음식 그 이상이다. 각 나라의 식문화와 풍습, 지역 재료에 따라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먼저 베트남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반 미’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바게트에서 유래한 빵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베트남 특유의 허브, 피클, 고수, 파테, 구운 돼지고기 또는 닭고기, 매운 칠리소스가 조화를 이루어 완전히 다른 풍미를 만들어낸다. 아침 식사나 간단한 점심용으로 인기가 많으며, 바삭한 바게트의 식감과 상큼하고 매콤한 속재료가 어우러져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샌드위치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의 ‘크로크 무슈’는 전형적인 유럽식 따뜻한 샌드위치다. 버터를 바른 식빵 사이에 햄과 치즈를 넣고, 위에는 화이트소스를 얹어 오븐에서 구워내는데, 그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특징이다. 여기에 달걀 프라이를 얹으면 ‘크로크 마담이 된다. 이 샌드위치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브런치나 고급 카페 메뉴로도 자리 잡았으며, 프랑스 가정식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포르투갈 북부 도시 포르투에서 유래한 ‘프란체시나는 육류 애호가들에게 완벽한 샌드위치다. 얇게 썬 스테이크, 햄, 소시지, 살라미 등을 층층이 쌓아 두꺼운 식빵 사이에 넣고, 바깥에는 치즈를 덮은 뒤 오븐에서 구워 녹인다. 그 위에 계란 프라이를 얹고, 포트와 맥주, 토마토를 조합한 매콤한 특제 소스를 붓는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샌드위치는 단순한 빵과 속재료의 조합을 넘어, 지역의 식재료와 기호, 역사적 배경까지 반영된 문화적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단맛, 짠맛, 맵고 기름진 맛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샌드위치의 포용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창조적인 요리 형태다. 그리고 이 이색적인 샌드위치들은 우리의 입맛을 넘어서, 전 세계 음식의 다양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체험하게 해주는 통로가 되어 준다.